중견기업은 우리 경제와 산업의 ‘허리’라고 한다. 실제로 지난 10여 년간 중견기업 수와 매출이 두 배 이상 성장하며 우리 경제의 수출과 고용을 견인했다. 2021년 기준 전체기업 중 중견기업 수 비중은 1.4%에 불과하지만 고용의 13.1%, 수출의 17.7%, 매출의 15.4%를 차지했다. 2022년 중견기업 수는 5,576개로 전년 대비 96개 늘었고, 매출과 영업이익도 전년 대비 10% 내외로 크게 늘면서 선전했다. 투자는 전년 대비 26.7% 늘어난 38.9조 원으로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다만 고용이 전년 대비 0.7만 명 감소했는데, 지난해 대기업으로 전환된 쿠팡의 고용인원 5만 명을 제외하면 오히려 늘어났다고 보는 게 맞다.
그간 중견기업은 기업 성장의 이음길에서 경제위기 극복과 혁신성장의 중추적인 역할을 했다. 대기업이 흔들리면 산업생태계 전체가 영향을 받는 현재의 대기업 계열 중심 경제구조에서, 중견기업은 원사업자이자 협력사의 지위에서 산업생태계의 가교 및 안전판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왔다.
중견기업은 산업 공급망과 혁신성장의 핵심이기도 하다. 제조 중견기업의 84.6%가 소부장 산업 기업으로서 주요 품목의 국산화를 선도하고 글로벌 공급망 재편 대응에 기여하는 한편, 바이오, 철강, 자동차 등 우리 핵심 산업군에 중견기업이 포진하고 있다.
이렇듯 한국 경제의 재도약을 위해서는 중견기업의 지속적인 성장이 반드시 필요하지만 대내외 여건은 녹록지 않다. 미중 패권 경쟁과 ‘두 개의 전쟁’으로 공급망 불확실성이 상존하는 가운데, 글로벌 산업의 패러다임은 디지털 전환, 그린 전환을 중심으로 급속히 변화하고 있다.
중견기업 진입 이후 성장 정체 경험과 세계적·독자적 경쟁력 확보 미흡, 지방 중견기업의 인재 채용 확보 어려움 등 기업 현장에서의 애로사항도 여전하다. 불확실한 경제환경 속에서 중견기업의 애로사항을 해소하고 더 많은 중견기업을 육성·지원하기 위해서는 정부 차원에서의 노력과 관심이 필수적이다.
다행히 지난해 산업통상자원부가 ‘중견기업 성장촉진전략’ 발표하면서 중견기업 지원에 발을 벗고 나섰고, 여야가 합의해 중견기업계 숙원과제였던 ‘중견기업법’의 상시법 전환이 이뤄지게 된 것은 매우 환영할 만한 일이다. 얼마 전 정부가 발표한 ‘2024년 경제정책방향’에서는 시설투자 임시투자세액공제 1년 연장, R&D투자 세액공제율 상향, 외국인력 유입 규모 확대 등 중견기업 지원을 위한 정책도 대거 포함되기도 했다.
또한, 중견기업 성장 지원을 위해서는 법적 안정성 확보 및 정부 정책과 더불어, 산업은행과 같은 정책금융기관의 금융지원도 중요하다.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중견기업이 아직 많기 때문이다.
산업은행은 중견기업에 대한 자금공급 규모를 꾸준히 늘려왔다. 2023년에는 30조 원의 자금을 공급했는데, 이는 전체 공급 규모의 34% 수준에 달한다. 중견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여신상품만 34개, 65조 원 규모로 운용 중이다. 특히, 올해는 혁신성장 분야 중견기업만을 대상으로 하는 1조 원 규모의 전용 상품도 출시를 기다리고 있다.
산업은행은 중견기업을 위한 다양한 투·융자 상품 라인업을 완비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민간과의 공동펀드 조성, 어드바이저리 서비스 제공 등 IB 노하우까지 갖춘 국책 투자은행으로서, 중견기업의 글로벌 진출과 Next Jump-up을 지원할 수 있는 맞춤형 금융프로그램을 운용하고 있다.
경쟁력을 갖춘 우수한 중견기업들과 산업은행의 금융 플랫폼이 시너지를 이뤄, 더욱 많은 ‘중견만리’의 신화가 탄생하고 우리 경제를 이끌어 나아가기를 기대해본다.